천호동 상권은 1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까지를 타깃으로 하는 로데오 거리,40,50대 중장년층을 겨냥한 구사거리 상권,20~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 먹자골목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로데오거리가 상권의 중심축이며 이마트 뒤편으로 먹자골목이,천호시장 쪽으로 구사거리 상권이 형성돼 있다.

패션상가 위주인 로데오거리가 중심축이긴 하나 강남역이나 명동처럼 유명 브랜드가 일제히 진출한 A급 상권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유명 브랜드라고 해봐야 ABC마트(신발),리바이스(진 캐주얼),더페이스샵(화장품) 등이 고작이다.

그렇다고 동대문처럼 이름 없는 브랜드들을 초저가로 파는 집합상가도 아니다.

A급 상권과 지역(동네) 상권의 틈바구니에 끼인 B급 상권인 셈이다.

로데오거리는 상권 수준이나 규모에 비해 권리금이 너무 높아 초보 창업자들이 들어가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가뉴스레이다 서준 상권분석팀장은 "로데오거리 10평 가게도 최소한 권리금이 2억원 이상 붙어있어 새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권리금이나 보증금 수준은 강남역에 버금가는 점포가 적지 않은 데 반해 매출은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초보 창업자들은 로데오거리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로데오에서 가게를 찾기 보다는 천호역 사거리에서 로데오거리에 이르는 대로변에 팬시점이나 저가 화장품점,아이스크림점을 열 경우 10,20대를 끌어들이는 빨대효과를 맛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데오거리는 이 지역 명소로 자리잡았지만 단점도 없지 않다. 우선 규모가 큰 가게자리가 거의 없고 10대 위주 상권이어서 스타벅스 파스쿠찌 등 대형 글로벌브랜드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150m에 불과한 도로변 패션점 숫자도 40개 정도로 100여개 이상인 압구정동,문정동 등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것도 패션점 사이사이에 주점,아이스크림점,김밥집,베이커리점 등이 끼여있어 '로데오'란 용어가 무색할 정도. 패션상가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마트 뒤편 먹자골목은 현대백화점 이마트 등 인근 직장인들과 배후지역 거주민,로데오거리 유동인구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는 곳이다. 이 골목 음식점의 특징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극히 드물고 개인이 하는 독립 자영업소가 주류를 이룬다는 점. 한식 프랜차이즈 놀부의 송기재 점포개발과장(38)은 "좁은 골목에 소규모 점포가 몰려있는 형국이어서 가족단위 고객이 들르는 데 필수적인 주차장 자리가 전혀 없다"며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들어갈 만큼 매력적인 입지가 아니다"고 분석했다.

업종은 직장인들을 겨냥할 경우 식사와 술을 겸할 수 있는 삼겹살,족발,감자탕,해물탕 등이 무난하고,로데오거리 유동인구를 대상으로 할 경우 치킨 호프집이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좁은 골목에 난립,새로 점포를 내는 창업자는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장은 "2007년 6월 현대백화점 뒤편에 직원수가 1300여명인 현대홈쇼핑 사옥이 들어서고 대우 베네시티 등 주상 복합건물이 잇따라 신축되는 것은 먹자골목의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호동 상권이 각종 개발 호재로 업그레이드 될 게 확실한 만큼 취급 메뉴는 한식으로 하더라도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꾸며 차별화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칙칙한 분위기의 먹자골목에서 벗어나 아예 신축 상가건물에서 분양을 받아 프리미엄급 가게를 하는 게 좋다는 전문가도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천호대교 쪽에서 새로 지어지는 상가에 자리잡으면 주변 주상복합상가 상주 인구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뉴타운 개발 지역 주민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사거리 상권은 재래 형태의 천호시장 입구를 중심으로 도로변에 길게 형성돼 있다. 음식점 의류잡화 아울렛 등이 섞여 있지만 노후하고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상가114의 유영선 소장은 "뉴타운개발로 구사거리 상권이 가장 큰 변화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마련되면 현재 둔촌동이나 잠실 등으로 빠져나가는 가족 단위 소비가 이곳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뉴타운 조성 이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외식점이나 주부 대상의 머리방,피부관리점,베이커리점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 강창동·이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