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서 우리은행 명동지점으로 이어지는 중앙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곳이다. 목 좋은 곳의 월임대료는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을 훌쩍 뛰어 넘는다.
명동에서 20년 가까이 떡복이 장사를 했다는 한모씨(53·여)는 “90년대말 IMF때 힘들었지만 금방 상권이 되살아났다. 지금은 옛 영광을 거의 회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장 번화한 곳으로 꼽히는 중앙로는 A급 상권으로 분류돼 보증금과 월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인근 동우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동로가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중앙로에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면서 번성하고 있다. 장사가 잘되다 보니 상가 매물도 많지는 않다”고 전했다.
■제화거리에서 브랜드거리로 탈바꿈
90년대까지만 해도 명동하면 구두가게들이 떠올랐다. 수제화, 기성화할 것 없이 우리나라 구두의 모든 것이 명동에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들어 아디다스, 푸마 등 스포츠·레저 용품점이 들어서고 이후 대형 커피전문점, 종합쇼핑리조트 등까지 자리잡으면서 ‘젊음의 거리’로 변했다.
명동상가번영회 관계자는 “IMF 이후 대형 종합쇼핑리조트몰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10, 20대 젊은층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지금은 이들이 명동상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젊은층의 유동인구가 크게 늘자 중앙로를 중심으로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 매장이 상권의 핵으로 떠 올랐다. 아디다스 리복 퓨마 옴파로스 르까프 맥도널드 던킨도너츠 등이 대표적이다.
양천구 목동에서 왔다는 김미성씨(22·대학생)는 “1주일에 한두번 오는데 주로 옷이나 액세서리를 보러 온다”며 “명동에 오면 유행의 흐름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점포 명동내에서 2년마다 옮겨 다녀
특이한 점은 명동상권내에서 점포들이 2년 주기로 옮겨 다닌다는 것이다. 워낙 보증금과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고육책인 셈이다.
상가뉴스레이더 박대원 선임연구위원은 “건물주들이 2년마다 임대료를 올리면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점포들은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이들 점포들도 명동상권안에서 좀 더 싼 곳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2년마다 돌고 도는 셈”이라고 밝혔다. 명동성당 사거리에 있는 후아유도 원래 임대료가 가장 비싼 중앙로 아디다스 자리에 있다가 이사를 한 경우다. 중앙로 아디다스 자리와는 월임대료가 두배 이상 차이가 나 옮겨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점포는 다른 상권으로는 옮기지 않는다. 명동상권에서만 돌고 돈다. 명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국에서 명동상권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장사가 잘 안 될 때는 임대료가 싼 데로 가고 잘되면 핵심상권으로 다시 들어가 영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위치에 따라 임대료는 천차만별
명동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 만큼이나 핵심상권의 경우 임대료도 비싸다. 여기에다 보증금까지 합하면 웬만한 재력가가 아닌 이상 점포를 내기 힘들다. 이 때문에 A급 상권으로 분류되는 중앙로는 브랜드 체인점이 대부분이다.
동우부동산 관계자는 “중앙로 GS왓슨 건물 3층에 90평짜리 매물이 나왔는데 보증금 3억원에 월임대료 1500만원인데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꽤 있다”고 전했다.
A급으로 통하는 중앙로는 1,2층 50평 매장 기준으로 보통 보증금 6억∼30억원, 월임대료 5000만∼1억6000만원선이다.서울 명동 중앙로 끝자락에 위치한 5층 짜리 명동빌딩내에 있는 커피전문점 파스쿠찌는 보증금 30억원에 월임대료가 1억5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앙로에 있는 아디다스 점포는 보증금 37억원, 월 1억7500만원선이며 옷 대리점인 옴파로스는 보증금 15억원에 월 5000만원에 입점하고 있다.
이와 함께 B급에 속하는 을지로쪽 1번가 거리는 1층 15평 매장 기준으로 보증금 1억5000만∼5억원, 월임대료 1500만∼6000만원, 명동성당쪽 3번가 거리는 보증금 1억∼3억원, 월임대료 1000만∼4500만원 수준이다.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브랜드 매장의 경우 임대료 수준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지만 음식점이나 분식점, 작은 액세서리 가게 등은 개별 매장의 사정에 따라 임대료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창업을 원하는 사람은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