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발로 뛰며 상권분석과 입지선정, 손익분석 등의 점포개발을 업(業)으로 하다보면 세월과 함께 변하는 상권의 흥망성쇠를 느끼게 된다. 상권의 변화에 따라 권리금이 출렁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요즘 권리금 보다 상가시장의 이슈가 되는 것이 고분양가 논란이며 현업에서 피부로 절실히 느끼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부동산 시장원리 속에서 부동산 특성에 맞는 메커니즘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질 못하고, 남발되는 부동산 정책에 따라서 갈팡질팡하며 분양가만 높여 놓는 일을 허다하게 보게 된다.

 이런 작태 속에서 교묘하게 분양가를 높여 놓고 인심 쓰듯이 깎아 주는 양상을 보는 곳도 있고, 무조건 분양가에 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막대한 광고비를 지출하거나, 대규모 분양대행사의 인원을 늘려 인해전술식으로 마구잡이식 분양을 하고 홀연히 사라는 업체들로 생겨나게 된다.

  작년 계속적인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면서 모든 매체가 일제히 아파트 및 토지시장은 얼어붙고 틈새시장인 상가시장이 활황이 될 것이라고 앞 다투어 발표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리 만큼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신도시 상가 및 재개발 상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분양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진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경쟁입찰방식을 적용 하다보니 내정가의 몇 배가 넘는 가격으로 낙찰을 받고 그것이 바로 시세가 되어버려 굳어지는 양상을 띄게 되는 곳도 있다. 일부 부동산 업자들이 작전으로 개입 되었다는 설만 나돌 뿐 내막은 아무도 확인할 길이 없다.  

상가를 부동산상품으로 보았을 때 이런 고분양가가 적정한 시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아니면 거품으로 보아야 하는가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이다.

한 부동산업체 자료에 의하면 작년 수도권에서 현재 분양 중인 상가(지상1층 기준)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2,897만원으로 1년 전에 분양한 상가에 비해 전국 평균 27% 상승했고, 서울지역은 12.2% 했다 또한, 수도권 분양 상가 평균 모델(지상 1층)은 18.9평으로 1개 점포 당 평균 가격은 5억4,710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개 점포 평균 가격인 4억4,563만원(19.5평)에 비해 23%오른 것이다. 수도권에서 상가를 분양 받으려면 은행 대출과 보증금 외에 최소 3억원의 자기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 보기엔 상승률도 높고 문제가 얻는 듯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 다 보면 말 못할 괴로움이 묻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역 및 종로 주변의 상가를 살펴보면, 공실률이 신축건물의 경우 평균 20~30% 공실률을 보이는 곳이 많고, 지하는 50~60%가 넘는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더 심각한 상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의 옛 중심가인 중구 광복동,남포동,중앙동 일대는 상가 공실률이 20% 넘는 곳이 많고,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도 2,3층엔 빈 점포가 이빨 빠진 것 처럼 늘어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 공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부동산업체 자료에 의하면, 전국 상가 공급은 지난해 3만9599동(착공 기준)으로 2005년(3만4188동)에 비해 15.8%나 증가했다.

 장사가 안되어 공실률이 늘어만 가는데 상가는 고분양가를 내세우며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한 템포 쉬어가는 전략을 구사할 때이다. 한 발 물러서서 쉬어가는 것도 재테크다.  지금이 그런 시기이다.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것이 상가 시장이다.  소비가 위축되어 점포 영업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기존 점포 영업실적이 계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서 상가 투자는 잠시 관망해 볼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 조현수 現기업은행 점포전략팀차장>